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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영화 《한산: 용의 출현》(2022) 공식 포스터, 제작: 빅스톤픽쳐스,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포스터는 영화 소개 및 리뷰 목적으로 사용했습니다.
모든 이미지의 저작권은 원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여름 극장가에 나올 영화를 기다리면서 "이 영화, 명량보다 나을까?"라는 질문을 먼저 떠올리는 분들이 계실 겁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명량을 본 뒤 약 8년을 기다렸고, 드디어 한산도 대첩을 다룬 <한산: 용의 출현>이 개봉했습니다. 솔직히 보기 전에는 반신반의했는데, 실제로 보고 나서는 생각이 꽤 달라졌습니다.
전략으로 읽는 한산도 대첩
1592년 임진왜란이 발발하자 왜군은 단 20일 만에 한양을 점령했습니다. 선조는 의주까지 피란을 떠났고, 왜군 총사령관 토요토미 히데요시는 이제 바다까지 장악해 조선의 숨통을 끊으려 했습니다. 이 상황에서 조선 수군에게 요구된 것은 단순한 방어가 아니었습니다. 반드시 이겨야 하는 전투, 그것이 한산도 대첩이었습니다(출처: 우리역사넷 — 한산도 대첩).
히데요시가 총애하던 장수 와키자카 야스하루는 단순한 무장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육전에서 이미 전공을 세웠고, 한산도 대첩 한 달 전 조선군을 격파한 경험도 있었습니다. 영화는 이 인물을 단순한 악당이 아니라 학익진의 약점을 정확히 꿰뚫고 있는 전략가로 묘사합니다. 이 점이 제가 영화를 보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입니다.
이순신에게는 거북선이 단 두 척뿐이었습니다. 거북선이란 철갑으로 덮인 돌격선으로, 적선에 근접해 혼란을 일으키는 역할을 했습니다. 내부에서 설계도가 유출되는 사태까지 겹쳤는데도 이순신은 거북선 없이 싸우겠다는 결단을 내립니다. 제가 이 장면에서 소름이 돋은 건, 불확실성 앞에서 가장 합리적인 카드를 꺼내는 그 판단력 때문이었습니다.
- 한산도 대첩(1592년): 임진왜란 중 조선 수군이 왜군 73척을 상대로 학익진 전술로 거둔 대승
- 학익진: 적을 반원형 포위망 안으로 유인 후 함포로 집중 타격하는 해상 진형 전술
- 거북선: 철갑 돌격선으로, 적 진형 교란 역할 — 이 전투에서는 단 두 척만 보유
- 와키자카 야스하루: 학익진의 구조적 취약점(진형 균열)을 노린 왜군 핵심 전략가
명량과 비교한 한산, 무엇이 달랐나
시대 순서로 보면 한산(1592년)이 먼저이고, 명량(1597년)이 나중입니다. 그런데 왜 영화는 명량을 먼저 만들었을까요. 김한민 감독 본인이 밝힌 바에 따르면, 12척으로 10배가 넘는 왜군을 무찌른 명량해전이 극적인 장면 연출에 더 유리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출처: 데일리안 — 김한민 감독 인터뷰). 저는 이 선택이 흥행 계산으로는 맞았다고 생각하는데, 그만큼 <한산>은 처음부터 더 조용하고 치밀한 영화가 될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명량>에서 이순신을 연기한 최민식 배우는 분노와 비장함을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제가 당시에도 감동적이었다고 느꼈지만, 솔직히 영화 전반부의 산파극 같은 긴 서사가 긴장감을 뚝 끊어놓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그 리뷰를 쓸 때도 비슷한 지적을 남겼던 기억이 납니다.
반면 <한산>에서 박해일이 연기한 이순신은 다릅니다. 절제와 침착함이 그 인물의 핵심 코드입니다. 예고편에서 들려온 "전군 진격하라"라는 한 마디가 묘하게 오래 남았는데, 이 배우만의 낮고 단단한 목소리가 이순신의 내면 무게를 대사 없이도 전달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절제된 연기는 배우가 내면적으로 더 많은 것을 준비해야 가능한데, 박해일이 그 균형을 잘 잡았다고 봅니다.
다만 이 점을 두고 이견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이순신 인물에 대한 집중도가 <명량>보다 약하다고 느끼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저도 솔직히, 극적으로 기억에 남는 대화는 예고편에서 노출된 장면 외에는 많지 않았습니다. <명량>의 최민식 이순신이 감정적으로 더 강렬하게 남는다는 의견은 충분히 수긍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한산>이 더 좋았던 이유는 전반부 서사 때문이었습니다. 일본군이 조선의 전력을 분석하고, 와키자카가 학익진의 약점을 연구하는 과정이 설득력 있게 그려지면서 전반부에도 긴장이 이완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학익진이 실제로 펼쳐지는 장면, 그리고 거북선이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에 느낀 위압감과 통쾌함은 극장 큰 화면이 아니었다면 절반도 전달되지 않았을 겁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한산: 용의 출현, 명량 안 봐도 이해가 되나요?
A. 충분히 독립적으로 즐길 수 있습니다. 시대 순서로는 한산이 먼저이기 때문에 오히려 한산을 먼저 보는 것이 이순신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따라가는 방식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저는 명량을 먼저 봤는데, 그래도 한산의 서사가 자체 완결성을 갖고 있어 불편함은 없었습니다.
Q. 학익진 전술이 실제 역사에서 사용됐나요?
A. 네, 학익진은 실제 한산도 대첩에서 이순신 장군이 구사한 해상 포위 진형 전술입니다. 중국 병법서에 기록된 전술을 해상 전투에 맞게 변형한 것으로, 이를 실전에서 성공시킨 사례는 세계 해전사에서도 드문 일로 평가됩니다. 우리역사넷 등에서 관련 기록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Q. 박해일 이순신 vs 최민식 이순신, 어떤 연기가 더 낫나요?
A. 이건 취향의 문제라서 쉽게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최민식의 이순신이 분노와 비장함으로 감정을 정면으로 몰아붙인다면, 박해일의 이순신은 절제와 침묵으로 무게를 전달합니다. 제 경험상 영화 한 편 안에서 기억에 남는 대사의 양은 명량이 더 많았지만, 전략가로서의 이순신에 더 집중하고 싶다면 한산 쪽이 더 맞는 선택일 수 있습니다.
Q. 거북선이 영화에서 어느 정도 비중으로 나오나요?
A. 거북선은 단 두 척이라는 역사적 제약이 영화에서도 그대로 반영됩니다. 따라서 거북선이 메인 전력이라기보다는 학익진 전술의 핵심 교란 수단으로 등장합니다. 오히려 그 등장 순간의 연출이 제한된 비중이라는 사실을 잊게 만들 만큼 인상적이었습니다.
결론
<한산: 용의 출현>은 감동을 먼저 설계한 영화가 아닙니다. 판단과 준비, 그리고 그 결과로 이루어진 승리를 차례로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제가 보고 나서 오래 남은 것은 이순신의 대사가 아니라, 그가 어떤 논리로 결단을 내렸는가였습니다. 확인된 역사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의미 있는 이야기인데, 영화가 그 위에 시각적 스케일을 얹어주니 극장에서 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명량과 한산을 굳이 비교하자면, 저는 한산이 더 고른 완성도를 가진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순신이라는 인물 자체에 더 집중하고 싶다면 명량 쪽을 더 높이 평가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고, 그 의견도 이해합니다. 두 영화를 모두 본 입장에서 정리하면, 한산은 전략 영화로서 독자적인 완성도를 갖추고 있으며, 특히 학익진 구현 장면은 가능하다면 큰 스크린에서 보시는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참고: 출처: YouTube 영화 해설 영상 / 출처: 우리역사넷 — 한산도 대첩 / 출처: 데일리안 — 김한민 감독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