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실록에 남은 광대 공길의 기록은 하루치 기사 한 건이 전부입니다. 늙은 선비 흉내를 내며 임금 앞에서 논어의 한 대목을 외웠고, 그 말이 불경하다 하여 곤장을 맞고 먼 곳으로 쫓겨났다는 것. 시작도 끝도 없이 그 몇 문장뿐입니다. 그 한 줄에서 두 시간짜리 영화가 자라났고, 그 영화를 1,230만 명이 봤습니다.그래서 이 글이 붙들 질문은 "《왕의 남자》가 연산군 시대를 잘 재현했는가"가 아닙니다. 힘없는 자의 풍자가 권력자에게 받아들여졌을 때, 그것은 승리인가 포섭인가. 저잣거리에서 왕을 조롱하던 똑같은 놀이가 궁궐 담을 넘는 순간 왕이 신하를 베는 칼로 용도를 바꾸는 과정 — 저는 이 영화를 그 소유권이 넘어가는 이야기로 읽었습니다. 줄거리를 순서대로 따라가면서, 어느 대목이 기록이고 어느 대..
영화 리뷰
2026. 9. 14. 16: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