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버지들은 이런 방식으로 살았다. 나는 관객들이 아버지의 위치에서 이 사람을 보기를 바란다." 개봉 직후 시사저널 인터뷰에서 윤종빈 감독이 남긴 말입니다. 조직폭력을 다룬 영화의 감독이 주인공을 두고 '악당'이 아니라 '아버지'라는 단어를 꺼낸다는 것. 저는 이 한 문장이 이 작품의 성격을 거의 다 설명한다고 봅니다. 실제로 같은 인터뷰에서 감독은 최익현을 두고 "전형적인 비리형 공무원이자 책임감 있는 가장"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게 하고 싶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나쁜 놈을 그리려던 영화가 아니라, 그 시절 평범하게 살아남으려던 사람을 그리려던 영화였다는 뜻입니다.그래서 이 글이 붙들 질문은 "조직폭력은 어떻게 소탕됐는가"가 아닙니다. 폭력조직과 공권력이 적이 아니라 동업자였던 시기에, 그 둘을 ..
1987년 1월 15일, 치안본부장 강민창은 하루 전 숨진 서울대생의 사인을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냉수를 몇 컵 마신 뒤 조사관이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쓰러졌다는 것, 그러니까 단순 쇼크사라는 취지였습니다. 저는 이 문장을 처음 활자로 읽었을 때 화보다 어이없음이 먼저 왔습니다. 사람이 죽었는데 그 죽음을 설명하는 말이 저렇게 가벼울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저 말을 국가가 공식 발표로 내놨다는 것. 서른 해가 넘게 지난 지금도 저 한 문장이 그대로 기억에 남아 있는 걸 보면, 거짓말은 정교할 때보다 허술할 때 더 오래 남는 모양입니다. 실제로 그 발표는 나흘 만에 무너집니다. 1월 19일 경찰은 물고문 사실을 공식 인정했고, 그해 6월 거리는 이 사건의 이름을 부르며 가득 찼습니다. 장준환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