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예상 밖이었습니다. 좀비가 학습하고 진화한다는 설정은 전에도 봤지만, 균사체 네트워크로 정보를 주고받으며 문을 열고 인간을 구별하는 좀비라니. 영화관 의자에 앉아 있는 내내 등이 서늘했습니다. 연상호 감독의 네 번째 좀비 영화 는 단순히 무서운 장면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현대 사회의 집단 시스템까지 건드립니다.영화 공식 포스터|제공·배급: ㈜쇼박스본 이미지는 영화 소개 및 비평 목적으로 인용했습니다.집단지성 좀비라는 설정이 왜 더 무서운가어릴 적 제가 처음 만난 공포의 대상은 흰 소복을 입은 처녀 귀신이었습니다. 공영 TV에서 방영하던 귀신 드라마가 공포물의 거의 전부였고, 강시나 드라큘라를 알게 된 것도 한참 뒤의 일이었습니다. 좀비는 , , 같은 서양 영화를 보며 처음 접했습니다. ..
솔직히 말하면, 저는 오랫동안 기록을 부지런한 사람들의 취미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여행을 다녀오면 사진을 찍었고, 좋은 영화를 보면 재미있었다고 말했으며, 인상적인 책을 읽으면 책장에 잘 꽂아두었습니다.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그런데 어느 날 사진첩을 넘기다가 조금 당황했습니다.분명 제가 찍은 사진이고, 제 옆에는 아내와 두 딸이 웃고 있는데 그날 우리가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전혀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어디에서 무엇을 먹었는지는커녕, 왜 그렇게 크게 웃고 있었는지도 기억나지 않았습니다.휴대전화에는 그날의 풍경이 남아 있었지만, 정작 그 풍경 속에 있던 제 마음은 사라지고 없었습니다.그때부터 기록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기억은 보관하는 것보다 사라지는 데 더 능숙하고, 사진은 장면을 붙잡..
솔직히 저는 딸아이가 피터팬 책을 읽기 전까지, 1991년 영화 를 다시 꺼낼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어릴 때 여동생과 나란히 앉아 봤던 그 영화가, 30년이 지난 지금 딸의 눈빛을 보면서 갑자기 선명하게 되살아났습니다. 로빈 윌리암스가 어른이 된 피터팬을 연기한 이 작품은, 단순한 판타지 영화를 넘어서 동심이라는 감각이 어떻게 사라지고 또 어떻게 되살아나는지를 질문하는 영화입니다.딸과 함께 다시 만난 네버랜드의 기억초등학교 1학년 딸이 피터팬을 처음 읽고 난 뒤, 집 안 분위기가 조금 달라졌습니다. 팅커벨이 최애 캐릭터가 됐고, 후크 선장과 악어는 두려움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제가 "무섭지 않아, 피터팬이 다 이기거든"이라고 설명해 줬는데, 그 말을 하면서 저도 모르게 어린 시절로 잠깐 돌아갔습..